부대원들은 놀란 나머지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마치 다른 세계로 향하는 커튼을 걷어낸 듯한 느낌이었다.
“휴식!” 콜크 사령관이 외쳤다.
토르 주변으로 부대원들이 일제히 노를 내팽개치고 숨을 고르며 탄성을 내쉬었다. 토르 또한 이들과 마찬가지였다. 온 몸의 근육이 하나도 빠짐없이 후들거렸고 쉴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했다. 함대가 새로운 물길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자 토르는 그대로 주저 앉아 숨을 고르며 욱신거리는 근육에 힘을 뺐다.
마침내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 토르는 기운을 내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봤다. 함대 아래 물속을 내려다보니 물 색이 변해있었다. 밝게 빛나는 붉은빛 바다였다. 기존과는 다른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다.
“용의 바다,” 리스 왕자가 토르 뒤에서 물 속을 내려다보며 말을 건넸다. “희생자들이 흘린 피로인해 바닷물이 빨갛다고 들었어.”
토르는 바닷물 속을 바라봤다. 수면위로 거품이 일었고 깊은 곳 어디에선가 알 수 없는 괴물의 형상이 일어났다 금새 다시 가라앉았다. 형체를 확인할 만큼 오랜 시간 머물지 않았지만 토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더욱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바닷속을 관찰할만한 배짱이 없었다.
토르는 몸을 돌려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혼란스러웠다. 비의 벽을 지나자마자 나타난 이곳의 모든 것은 가히 낯설었고 괴리감이 느껴졌다. 대기 중에는 옅은 붉은 빛 안개가 머물렀고, 그런 붉은 빛 안개는 바닷물이 있는 아래쪽에도 머무르고 있었다. 수평선을 바라다보니 수십 개의 작은 섬이 포착됐다. 수 많은 섬들은 마치 수평 선 위의 징검다리처럼 보였다.
바람이 세차게 불자 콜크 사령관이 앞으로 나와 외쳤다:
“돛을 올려라!”
토르는 부대원들과 함께 바로 움직였다. 바람을 정면으로 마주하도록 밧줄을 붙잡고 끌어올렸다. 돛은 바람을 싣고 항해했다. 그 어느 때보다 함대의 움직임이 빨라진 듯 했다. 함대는 섬을 향해 항해했다. 커다란 파도에 흔들거렸지만 파도가 어디서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함대는 파도의 움직임을 실었다.
토르는 뱃머리로 이동해 난간에 몸을 기대로 바다를 바라봤다. 리스 왕자가 토르 옆에 다가왔고 반대편에는 오코너가 함께 서있었다. 모두가 나란히 서서 빠른 속도로 향하고 있는 일련의 섬들을 주시했다. 세 사람은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며 그렇게 서 있었다. 토르는 수분이 가득한 바닷바람을 쐬며 휴식을 취했다.
마침내 토르는 함대가 특정한 섬 한 곳을 향해 항해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섬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그곳이 왕의 부대의 목적지라는 확신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안개의 섬,” 리스 왕자가 경탄하며 입을 열었다.
토르는 경외심에 섬을 유심히 관찰했다. 점점 시야에 그 모습이 잡혔다. 바위로 일구어진 험준한 불모지였고 양쪽으로 수 마일 가량 뻗어있는 길고 좁은 말발굽 모양이었다. 해안가에는 커다란 파도가 부서졌고 멀리 떨어진 함대까지도 파도가 부서지는 우르릉 소리가 들려왔다. 파도는 거대한 거품을 일으키며 바위에 부딪혔다. 바위 위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듯한 땅이 있었고 절벽은 수직으로 하늘 높이 치솟아 있었다. 토르는 함대가 어떻게 저 섬에 정박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 정체 모를 공간에 의아함을 더해주듯, 붉은 빛 안개는 섬을 에워싸고 이슬처럼 퍼져있어 햇살에 반짝거렸다. 이 모든 게 불길한 기운을 풍겼다. 토르는 섬에서 잔혹하고 섬뜩한 기운을 느꼈다.
“사람들이 말하길 저 섬은 수백만 년이나 됐대,” 오코너가 말했다. “링 대륙보다 더 오래된 섬이야. 아주 오래된 섬이지, 심지어 와일즈 왕국보다 더욱.”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