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의 위기 앞에서도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적군들을 마주한 자신이 대견했다. 또한 그런 전쟁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전쟁이 모두 꿈처럼 지나간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자신의 힘을 불러낼 수 있었던 게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토르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힘이 때때로 소용 없을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 수 없는 힘이었다. 더군다나 그 힘이 어디서 소환되는지도 알 수 없었고 어떻게 발산해내는지도 의문일 뿐이었다. 그런 연유에서 최고의 전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알 수 없는 힘에 의지하기 보단 다른 전사들처럼 끊임없을 훈련을 거듭해야 되겠다고 다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진정 최고의 전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전사로서, 또 마법사로서 발휘하는 두 가지 힘이 모두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군대는 하루 종일 말을 타고 왕실로 달렸다. 토르는 기쁨에 취해 날아갈 것 같으면서도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첫 번째 태양이 하늘 위로 떠올랐고 넓은 창공이 노란 빛과 분홍 빛을 발하며 끝도 없이 펼쳐졌다. 마치 처음으로 세상을 접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기분은 처음이었다. 토르 주변으로는 리스 왕자, 오코너, 엘덴, 쌍둥이들이 말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그 옆으로 캔드릭 왕자와 콜크 사령관 그리고 브롬 총사령관이 수백 명의 부대원들, 실버 전사들, 왕의 병사들을 이끌며 함께 달렸다. 토르는 군대의 가장자리가 아닌, 주요 사령관들 한가운데에서 말을 타고 달렸다. 전쟁 이후 모두가 토르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제는 부대원들뿐만이 아니라 노련한 전사들까지도 토르를 인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토르는 맥클라우드의 모든 병사들을 홀로 맞서 상대했고 패전의 위기에서 승전 보를 울렸다.
토르는 부대원 친구들이 모두 살아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뻤다. 친구들이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러나 그 기쁨이 큰 만큼 함께했던 세 명의 안면이 없던 부대원들의 죽음에 대한 상심도 클 수밖에 없었다. 그들과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들을 구하지 못한 데 죄책감을 느꼈다. 온통 피로 범벅 됐던 맹렬한 전투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눈을 깜빡일 때마다 자신에게 달려들던 적군들의 모습과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갖가지 무기들이 떠올랐다. 맥클라우드 병사들은 잔인했고 그들을 대면하고도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이 행운이었다. 또다시 그들을 대면하게 되면 토르에게 어제와 같은 행운이 따를지는 의문이었다. 언제 다시 자신에게 내제된 알 수 없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알 길이 없었다. 다시 그런 힘이 발휘 될지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토르는 답이 필요했다. 또한 자신의 어머니도 찾아야 했다.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를 밝혀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아르곤을 만나야 했다.
크론이 토르 곁에서 울부짖었다. 토르는 허리를 숙여 크론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크론은 그에 대한 대답을 하듯 토르의 손을 핥았다. 다행히 크론이 전쟁에서 목숨을 건져 토르는 크게 안도했다. 토르는 전쟁이 끝난 뒤 크론을 안아 자신의 말 뒤에 실었다. 크론은 걸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토르는 크론의 몸을 쉬게 하고 오랜 여정의 피로를 풀게 하고 싶었다. 크론은 적군에 공격에 큰 타격을 받았다. 토르가 보기에 크론의 갈비뼈가 부서진 것 같았다. 토르는 크론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했다. 크론은 토르에게 동물이라기 보다는 형제 같았다. 자신을 몇 번이고 구해준 크론이 너무나도 감사한 존재였다.
눈 앞에 펼쳐진 길을 따라 언덕의 정상을 넘으니 발 밑으로 영광에 빛나는 왕실의 모습이 펼쳐졌다. 수십 개의 탑과 첨탑이 우뚝 솟아 있고, 고대의 석조 벽과 교각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아치형의 출입구가 곳곳마다 입구를 지키고 옥상과 길목마다 수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