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이 발산하는 기운이 너무 강해 토르를 태워버리고도 남을 것 같았다.
“네 운명은 비범해. 절대 저버리지 말거라.”
토르는 눈을 크게 떴다. 운명? 비범? 덕분에 온 몸이 자신감으로 충만해졌다.
“이해하기 어려워요. 알 수 없는 말씀뿐이에요. 좀 더 말해주세요.”
아르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토르의 입이 떡 벌어졌다. 온 사방을 둘러보고 주위의 소리를 살피며 주변을 뒤졌다. 꿈을 꾼 것인가? 환영을 본 것인가?
돌아서서 숲 속을 살폈다. 산마루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니 확실히 더 멀리 내다볼 수 있었다. 멀리서 움직임이 감지됐다. 소리를 들어보니 잃어버린 양이 분명했다.
이끼가 가득한 산등성이를 내려와 숲 속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내려가는 내내 아르곤을 마주친 일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정말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수 많은 장소 중에 왜 하필 이런 곳에 왕의 마법사가 찾아온 것인가? 그는 토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마법사가 언급한 토르의 운명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수수께끼를 풀려 하면 할수록 궁금증만 증폭됐다. 아르곤은 토르에게 의문만 잔뜩 심어준 채 질문을 삼가라고 경고했다. 걸어갈수록 뭔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무언가 중대한 사건이 일어날것만 같았다.
방향을 틀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본 순간 두 발이 굳어버렸다. 예상했던 악몽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머리끝이 쭈뼛 서며 이곳 다크우드에 오기로 한 결정이 어마어마한 실수라는걸 몸소 깨달았다.
토르의 맞은편, 약 서른 걸음 너머로 시볼드가 보였다. 억센 근육과 흉측한 외모, 말과 비슷한 크기에 네 발로 서있는, 다크우드에서 아니 왕국을 통틀어 가장 무시무시한 짐승이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본적은 없었지만 전설을 통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사자의 형상을 띠고 있지만 그보다 크고, 진한 홍색 빛 가죽에 이글거리는 노란 눈을 품은 짐승. 전설에 따르면, 시볼드의 심홍 빛은 무고한 아이들의 피로 물든 것이었다.
평생 동안 이 짐승을 봤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도 있었다면 믿을 수가 없는 지어낸 이야기가 분명했다. 시볼드와 마주쳐 살아남은 사람이 존재할 리 만무했다. 일부는 시볼드가 숲의 신이자 흉조라고 믿었다. 왜 흉조라고 여겼는지 당시의 토르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한걸음 물러섰다.
시볼드의 거대한 입은 반쯤 벌어져 있었고 양쪽 송곳니에선 침이 뚝뚝 흘러나왔다. 노란 눈동자는 토르를 주시하고 있었다. 입에 문 것은 다름 아닌 토르의 양이었다. 울부짖으며 뒤집힌 채로 송곳니에 몸이 박혀있었다. 거의 죽은 상태였다. 양이 죽을 때까지 서서히 괴롭히며 고문을 즐긴 모양새였다.
토르는 양의 비명소리를 견딜 수 없었다. 양은 꼼지락거리긴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토르는 죄책감이 들었다.
처음엔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이미 소용없는 일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시볼드의 속도는 무엇보다 빨랐다. 도망가는 건 이 짐승을 자극할 뿐이었다. 더군다나 양이 저런 식으로 죽어가는걸 가만히 지켜볼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두려움에 온 몸이 굳어버렸지만 뭐든 해야 했다.
반사신경이 작용했다. 천천히 주머니에 손을 넣고 돌멩이 하나를 집어 새총에 끼웠다. 떨리는 손으로 새총을 감아 올려 앞으로 나아가 힘껏 쏘았다.
바람을 가르고 날아간 돌멩이는 적중했다. 명중이었다. 양의 눈을 적중한 돌멩이는 그대로 뼛속까지 파고들어 뇌를 격파했다.
양은 축 쳐졌다. 죽어버렸다. 목숨을 끊어 더 이상의 불필요한 고통을 덜어줬다.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죽어버리자 시볼드는 분노의 눈길로 토르를 노려보았다. 서서히 큼지막한 입을 벌려 양을 바닥에 떨궜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양은 바닥에 팽개쳐졌다. 이제 시볼드의 눈에 들어온 건 토르였다.
시볼드의 복부에서부터 사악하고 깊은 으르렁 소리가 들려왔다.
시볼드가